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으니

초계(草溪) |

胡地无花草

胡地无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으니
春来不似春(춘래불사춘)。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自然衣带缓(자연의대완), 자연히 옷이 느슨해 지나
非是为腰身(비시위요신)。허리를 위한 것은 아니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동방규 (东方虬)가 한원제(汉元帝)때 흉노 왕 호한야선우(呼韩邪单于)에게 시집간 왕소군(王昭君)을 생각하며 지은 소군원3수(昭君怨三首)에 나오는 구절이다. 왕소군은 중국 역사상 양귀비, 서시, 초선과 더불어 4대 미인에 꼽히며 비운의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胡地无花草(호지무화초)”에는 왕소군에 대한 애환을 그린 시인의 마음이 나타나 있지만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조차 없다는 한족(汉族)의 이계(夷界)에 대한 이적시(夷狄視)를 느낄 수 있다.

胡地无花草(호지무화초)에 담겨진 일화가 있다. 조선시대에 어느 고을 사또가 향시의 과제로 胡地无花草(호지무화초)를 내 걸었다. 이것을 본 응시생 대부분은 왕소군에 대한 고사를 인용하며 장황하게 늘어 놓았으나, 단 한 사람 만은 胡地无花草(호지무화초)를 네 번 반복하여 답안을 제출했다.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 하는데,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겠느냐?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고 하지만
胡地無花草 어찌 땅에 화초가 없겠는가.

이 것이 시를 이룬 것은 胡는 오랑캐라는 의미이지만 네 번째 구절의 胡는 “어찌 ~않겠는가”라는 뜻으로도 쓸 수 있어 시의 완벽한 의미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시 한 구절을 네 번 반복함으로 오랑캐 땅에 대한 편견을 비판한 시인의 통찰력이 놀랍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오랑캐’라는 어휘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모순(矛盾)이고 양비론(兩非論)일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현상 속에 잔재해 있다. 만리장성 내부의 중원(中原)의 한족(汉族) 중심에서 그 외의 것을 표현한 ‘오랑캐’는 동등한 피아(彼我)의 개념이 아닌 나와 ‘오랑캐’를 일방적으로 차별하는 구분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구분선은 ‘흙수저, 금수저’라는 용어로 논쟁 중이다. 사회적인 지위나 경제력의 차이에 의한 차별을 허물 수 있는 ‘법치(法治)’의 엄격함이 없다면 ‘오랑캐’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우리’라는 하나에서 적대적인 다수로 갈라 놓을 것이다. (변상신)

* 이계(夷界): 오랑캐의 땅
* 이적시(夷狄視): 오랑캐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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